[태그:] 골반염

  • 오른쪽 윗배가 아픈데 간수치는 정상? 간피막염과 간염의 차이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고 하면 보통 담석증이나 담낭염을 먼저 떠올립니다.

    간이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라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임기 여성에게 우상복부, 즉 오른쪽 윗배 통증이 있다면 꼭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간피막염(perihepatitis)입니다.

    조금 더 정확한 이름은 Fitz-Hugh-Curtis syndrome, 피츠-휴-커티스 증후군입니다.


    가임기 여성의 우상복부 통증,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가임기 여성이 오른쪽 윗배 통증으로 응급실에 왔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라면 담낭이나 간 질환뿐 아니라 몇 가지 병력을 더 확인합니다.

    • 오른쪽 윗배가 아픈가?
    • 최근 성관계가 있었거나 성매개감염 위험이 있었는가?
    • 최근 질 분비물이 평소보다 많아졌거나 냄새가 달라졌는가?

    특히 새로운 성 파트너가 있었거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 등이 있었는지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즉,

    우상복부 통증 + 최근 성관계 또는 성매개감염 위험 + 질 분비물 증가나 냄새 변화

    이런 상황이 함께 있다면 단순히 “간 문제인가?”, “담낭염인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골반염(PID)과 연관된 간피막염 가능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해서 바로 간피막염으로 진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이런 증상이 모두 없다고 해서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골반의 염증이 왜 오른쪽 윗배를 아프게 할까요?

    간피막염은 이름 때문에 간염의 한 종류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간염과는 다릅니다.

    간염은 간세포를 포함한 간 자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반면 간피막염은 주로 간을 둘러싼 피막과 주변 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특히 클라미디아나 임균 등에 의한 골반염과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골반에서 시작된 감염과 염증이 간 주변까지 영향을 주면서 간 표면 주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간염 = 간 자체의 염증

    간피막염 = 간 바깥 표면 주변의 염증

    이라고 이해하면 조금 쉽습니다.


    그래서 간수치가 정상일 수도 있습니다

    환자는 오른쪽 윗배가 상당히 아픈데 AST, ALT 같은 간수치는 정상 또는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간피막염에서는 문제가 주로 간세포 자체가 아니라 간을 둘러싼 피막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이 있는 곳이 이렇게 아픈데 간수치는 괜찮다고요?”

    라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간피막염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통증에도 특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간피막염에서는 오른쪽 갈비뼈 아래, 즉 우상복부 통증이 주로 나타납니다.

    특히 몸을 움직이거나 깊게 숨을 들이쉴 때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담낭염뿐 아니라 폐나 흉막 쪽의 문제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간피막 주변의 염증 때문에 생기는 통증이므로 소염진통제를 사용한 뒤 통증이 상당히 호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때입니다.

    약을 먹고 좋아지면 “별문제가 아니었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좋아졌다는 것과 원인이 치료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골반염과 관련된 세균 감염이 원인이라면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감염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아닙니다.

    간피막염의 원인이 골반염이라면 치료의 핵심은 원인이 되는 감염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 치료입니다.


    질 분비물의 변화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평소와 달리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다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질 분비물 양이 갑자기 많아졌다
    •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
    • 성관계할 때 통증이 있다
    • 성관계 후 출혈이 있다
    • 소변을 볼 때 아프거나 불편하다
    • 아랫배나 골반이 묵직하게 아프다

    이런 증상이 우상복부 통증과 함께 있다면 골반염 가능성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 새로운 성 파트너가 있었거나 성매개감염 위험이 있었다면 의료진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질문은 부끄러운 질문이 아니라 복통의 원인을 찾기 위한 중요한 의학적 병력입니다.


    아랫배가 하나도 안 아플 수도 있을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간피막염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하복부 통증이나 골반통이 뚜렷한 것은 아닙니다.

    오른쪽 윗배 통증이 가장 두드러진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담석증이나 담낭염만 생각하다가 간피막염을 뒤늦게 의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임기 여성에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우상복부 통증이 있다면 산부인과적인 병력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간염과 간피막염은 이렇게 다릅니다

    [여기에 간염과 간피막염 비교 이미지 삽입]

    간염과 간피막염의 가장 큰 차이는 염증이 생기는 위치입니다.

    간염은 간 자체의 문제이고, 간피막염은 간을 둘러싼 피막과 주변 복막의 염증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간피막염에서는 우상복부 통증이 심한데도 간수치가 크게 올라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CT를 찍으면 알 수 있을까요?

    CT는 간피막염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영증강 CT에서는 간 표면, 특히 간피막을 따라 조영이 증가하는 소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CT를 찍었다고 해서 항상 간피막염이 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간피막염에서 나타나는 간피막의 조영증강은 특히 동맥기(arterial phase)에서 더 잘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간피막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동맥기가 포함된 multiphase CT가 진단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여러 시기로 나누어 촬영하는 CT를 3-phase CT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3-phase CT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동맥기가 포함되어 있는가입니다.

    실제 응급실에서 일반적인 복통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하는 CT가 항상 동맥기를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맥기 위주의 일반적인 조영 CT에서는 간피막의 조영증강이 뚜렷하지 않아 CT를 찍었는데도 간피막염을 놓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CT를 찍었는데 정상이니 간피막염은 아니다.”

    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CT 결과뿐 아니라 환자의 증상, 성관계 관련 병력, 질 분비물 변화, 진찰 소견과 필요한 검사들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간피막염은 어떻게 진단할까요?

    간피막염은 한 가지 검사만으로 판단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함께 살펴봅니다.

    • 우상복부 통증의 양상
    • 하복부 또는 골반 증상
    • 최근 성관계와 성매개감염 위험
    • 질 분비물 변화
    • 임신 여부
    • 클라미디아와 임균 등의 검사
    • 혈액검사
    • 필요한 경우 초음파나 CT 등의 영상검사

    가임기 여성의 복통에서는 자궁외임신이나 난소 질환 등 다른 중요한 질환도 함께 감별해야 합니다.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합니다

    가임기 여성의 우상복부 통증에서 기억할 조합은 이것입니다.

    오른쪽 윗배 통증

    +

    최근 성관계 또는 성매개감염 위험

    +

    최근 많아지거나 냄새가 달라진 질 분비물

    이런 상황이 함께 있다면

    “혹시 골반염과 연관된 간피막염은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소염진통제를 먹고 통증이 좋아졌다고 해서 원인까지 치료된 것은 아닙니다.

    응급실에서 복통을 진료할 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아픈 곳과 실제 문제가 시작된 곳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임기 여성의 오른쪽 윗배 통증.

    때로는 간이나 담낭이 아니라 골반에서 시작된 문제가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간수치가 정상인데 간피막염일 수 있나요?

    네. 간피막염은 간세포 자체보다 간을 둘러싼 피막의 염증이 중심이기 때문에 AST, ALT 같은 간수치가 정상 또는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T가 정상이라고 하면 간피막염이 아닌가요?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간피막의 조영증강은 동맥기에 더 잘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촬영 방법과 시점에 따라 소견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간피막염은 간염과 같은 병인가요?

    아닙니다. 간염은 간 자체의 염증이고, 간피막염은 주로 간을 둘러싼 피막과 주변 복막의 염증입니다.

    소염진통제로 좋아지면 치료가 된 것인가요?

    아닙니다. 통증은 좋아질 수 있지만 골반염과 관련된 감염이 원인이라면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StatPearls. Fitz-Hugh-Curtis Syndrome.
    •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Pelvic Inflammatory Disease.
    • Joo SH, et al. CT Diagnosis of Fitz-Hugh and Curtis Syndrome: Value of the Arterial Phase Scan. Korean Journal of Radiology. 2007;8(1):40-47.

    의료정보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심하거나 지속되는 복통, 발열, 반복되는 구토, 비정상적인 질 분비물이나 출혈 등이 있다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